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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정 수석연구원 내담자 후기- 서로의 차이 인정하기 (40대 부부, 부부상담 진행)
  •  관리자
  • 날짜  2022.05.23
  • 조회수  105

우리 부부가 상담소를 찾은 건 이혼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노력을 한번 해보자는 심정에서였다.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에 상담에 대해서는 큰 기대도 희망도 갖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 앞에서 내 남편이 이렇게 잘못하고 있다, 내 말이 맞지 않냐? 당신이 반성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첫날은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없이 흘러갔다. 이 인간 때문에 내가 이렇게 상처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 그렇게 왜 상담에 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심리검사를 받으면서 시간이 흘러갔는데, 검사 결과를 들으면서 남편과 내가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그게 왜 갈등의 원인이 되는지를 알게 됐다.

그러면서 신기했던 건 어느새 우리 부부 사이에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상담 초반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느라 이런 변화가 왔다는 것도 몰랐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보니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상담 선생님과 셋이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이나 나를 내보내고 둘이 상담을 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갈등이 높아질 거 같으면 상담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조정을 해준 거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남편과 내가 처음에는 아이나 시댁 문제로 대화를 시작하지만, 이내 서로의 말투와 표정 때문에 감정이 상해 대화를 시작할 때의 내용은 사라지고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과거의 서운했던 감정을 들춰내면서 싸움이 커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감정 싸움을 줄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여유, 이것이 우리 부부가 상담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갈등이 너무 심할 때는 남편이 밉기만 했는데, 부부가 어떤 모습으로 싸우고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봐주는 사람이 그럴 때는 필요한 거 같다. 부부 상담은 우리가 어떻게 싸워서 문제가 생기는가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부부 관계를 망칠 수 있다는 것,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 덕분에 우리 부부는 좀더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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