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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정 수석연구원 상담 후기- 부부상담, 개인상담 진행 중 (40대 남성)
  •  관리자
  • 날짜  2022.05.23
  • 조회수  236

내가 상담실을 찾게 된 건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는 나의 반복되는 외도에 힘들어하다가 이혼 결심을 굳히고, 이혼만은 하지 않으려고 설득하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상담을 받아보라고 통고했다. 외도는 했지만 ‘안 그런 남자가 어딨냐?’는 마음이 솔직히 있었고, 일을 하다 보면 접대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만남이 더 이어지는 거지 마음을 주는 심각한 외도도 아니고 ‘능력 있는 남자가 그 정도도 안 하냐?’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내가 마음을 비우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아내에게 얘기한 적은 없었는데, 나의 그런 태도에 아내가 더 큰 상처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됐다.
처음 상담에 왔을 때 나는 이혼만 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건성건성 내 이야기를 했고 이혼만 하지 않도록 아내를 설득해주면 된다고 상담자에게 부탁을 하면서 일을 핑계로 상담을 미루기도 하는 등 아내의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상담을 다녔다. 그런 나에게 상담자가 심리검사를 권했는데, 그것도 하기가 싫어서 피하다가 매사를 회피하려는 나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묘사해주는 상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약간 충격을 받아 심리검사를 받게 됐다. 검사 결과를 들으면서 내가 내 모습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얼마나 매사를 회피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재혼을 하면서 성장과정에서 받았던 상처들이 있었는데, 그 정도 어려움은 누구나 겪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주 친한 친구들에게만 술을 먹고 농담처럼 이야기를 했을 뿐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를 제대로 들여다 본적이 없었다. 나는 남자는 시시콜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다.
일을 열심히 하고 성과도 좋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왔는데, 감정적인 문제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처럼 반응을 하고, 내 감정도 모른 채 열심히 일한 후에 오는 공허함을 외도로 잊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힘들어하는 아내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까지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한 적이 없었고, 아내의 이야기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었다.
내가 아내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서 부부관계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아내에게 사과를 하고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공감하면서 나는 원하지 않지만 아내가 정말 원한다면 이혼을 하겠다고, 아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아내가 마음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고 아내와 함께 부부상담을 하면서 우리 부부가 얼마나 무늬만 부부였는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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