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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십도 잘 쓰면 약이된다.
  •  관리자
  • 날짜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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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들은 서넛이 모이면 직장 상사의 험담을 곧잘 늘어놓고, 동네 아줌마들은 한가한 시간에 영화배우의 뜬소문에 대해 열심히 입방아를 찧게 마련이다. 따라서 잡담, 남의 소문 이야기, 뒷공론을 뜻하는 가십(gossip)은 부정적인 어휘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가십의 사회적 기능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가십을 주고받는 행위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리는 믿지 못하는 상대와는 은밀하고 민감한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는다. 비밀을 공유한 사람끼리는 정신적 유대감을 느끼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1996년 영국 리버풀대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가십의 기원을 분석한 저서를 펴내고 가십은 집단의 결속을 다지는 기능을 가진 사회적 장치라고 주장했다.

한편 가십이 사회 지배세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진화됐다는 이론도 나왔다. 1999년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인류학자 크리스토퍼 보엠은 저서 '숲속의 계급제도(Hierarchy in the Forest)'에서 먼 옛날 인류의 조상이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에 남에게 군림하려는 사람들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가십이 활용됐다고 설명하였다.

이를테면 사냥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남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으려는 사람들의 소문을 퍼뜨려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십을 통한 여론 조작으로 이기적인 무리들을 골탕 먹였다는 뜻이다. 보엠은 가십이 지배세력의 형성을 억제하여 사회를 평등화시키는 수단으로 진화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04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일반심리학개관(Review of General Psychology)' 6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가십이 사회집단의 규범과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학습시키는 방법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가령 사회적으로 일탈 행위를 일삼는 부류에 대한 소문을 퍼뜨려 다른 구성원들에게 교훈을 얻도록 했다는 뜻이다.

만일 가십이 집단이나 개인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으로 진화됐다는 이론을 받아들인다면, 보통 사람들에게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유명 인사들의 추문 따위가 인구에 회자되는 까닭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가십 연구의 선구자인 미국 댈하우지대 인류학자 제롬 바코우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대중이 각종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들은 보통 사람들의 공통된 친지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들에 관한 소문은 지대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일반대중은 유명인사의 가십을 대화에 올리면서 낯선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친밀한 사이가 된다는 것이다. 가십은 사회생활의 촉매라는 의미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인기인들을 성공의 본보기로 삼을 정도이므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가십의 단골 주제가 된다. 2007년 영국 레이세스터대 심리학자 샬롯 드 배커는 '인간 본성(Human Nature)' 12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십대 청소년들은 유명인사의 가십을 인생 진로 결정에 참조한다고 주장했다.

가십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가십을 잘만 활용하면 사회생활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가십은 독이 되기 쉽지만 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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