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남자와 여자의 차이














입력 : 2015.01.15 03:06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남자들은 여자를 몰라도 정말 몰라". 대부분 남자는 들어봤을 말이다. 정말 남자들은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왜 그런 걸까? 최근 몇년간 소개된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여자와 남자는 확실히 타인의 감성을 이해하는 능력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간단한 실험을 상상해보자. 기쁜 얼굴, 슬픈 얼굴, 걱정스러운 얼굴.
다양한 감정을 보이는 남자와 여자의 사진들을 컴퓨터 화면에 보여주고 피험자들에게 화면 속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맞혀 보도록 한다.

결과는 대부분 비슷하다.
여성 피험자는 화면에 보이는 인물이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한다.
하지만 남자는 다르다. 화면 속 대상이 여성일 경우 대부분 남자는 정확한 감정 상태 판단을 어려워한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다양한 해석들이 가능하겠지만, 타인에 대한 남자와 여자 간의 본질적인 정보 처리 차이에서 온다고 가설해 볼 수 있다.

사실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생각하고, 인식하고, 기억하고.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지극히 내면적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 역시 나 자신과 비슷한 내면적 현실 그 자체를 느끼고 있는지조차 본질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말이다.

결국 "내가 너라면"이라는 말은 "내 생각에 내가 너라면"이라는 말일 뿐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 간에 큰 차이가 있다.
여성의 뇌는 기억을 좌우하는 해마와 공감을 만들어내는 거울뉴런 영역들 모두가 활성화되는 반면,
남성의 뇌는 대부분 본인의 기억만을 기반으로 타인을 판단한다.
나 자신도 군대에서 고생해 보았기에 군대에서 고생하는 다른 남자들은 이해하지만,
나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 갈등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영화·드라마·소설 모두가 사실 내가 아닌 타인의 문제와 갈등을 다루는 이야기들이다.

많은 남자의 뇌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할 때, 여자들의 뇌는 "만약 내가 저 사람이라면"이라는 가상현실적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