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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손·청빈? 착하게만 살지마세요, 그러다 병납니다"
  •  관리자
  • 날짜  2022.05.23
  • 조회수  129

'착한 사람 그만두기' 펴낸 가톨릭 영성심리상담가… 엄숙·경건 강요 안해 화제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라… 살면서 누구나 잘못할 수 있으니 線에서 떨어졌다고 낙담마세요"


"너무 겸손하고 희생하며 착하게만 살려고 하지 마세요. 병(病)납니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65) 신부는 역발상과 전복(顚覆)의 메시지를 던진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가 그동안 낸 책 제목만 봐도 그렇다. '벗어야 산다'(3만부)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4만부)라고 권한다. '천주교 사제'라면 선입견처럼 떠오르는 엄숙·경건·겸손·청빈 등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은 독자, 특히 천주교 신자들은 "딱 내 이야기" "속이 뻥 뚫린다"며 열광한다. 알게 모르게 신자들을 옥죄던 죄책감을 훌훌 털어주기 때문이다. 최근 펴낸 책은 제목 자체가 '착한 사람 그만두기'(아니무스)다.

"저도 사제가 되고 나서까지 '착한 아이'로 살았어요. 사제 생활 10년쯤 됐을 때 심한 무기력증에 빠지는 바람에 영성심리상담을 받은 후 알게 됐죠. 그때까지 감독·주연을 하며 '착한 사람'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가톨릭 영성상담가 홍성남 신부는 다작(多作) 작가이기도 하다. 서울 명동성당 앞 가톨릭회관 내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보통 10편의 원고를 동시에 집필하다가 완성되는 순서대로 책으로 출간한다”고 했다.
가톨릭 영성상담가 홍성남 신부는 다작(多作) 작가이기도 하다. 서울 명동성당 앞 가톨릭회관 내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보통 10편의 원고를 동시에 집필하다가 완성되는 순서대로 책으로 출간한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단적으로 사제 서품 후 그는 '가난한 신부'를 목표로 했다. 그런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반대학을 졸업한 후 신학교로 진학한 그는 사제가 되기 전까지는 남에게 밥을 사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가난한 신부'로 살다 보니 항상 밥을 얻어먹어야 했다. 게다가 돈 좀 쓰는 사제를 보면 속으로 '저 신부는 왜 가난하게 살지 않지?'라며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했다. 심리상담을 받고 난 후에야 '사제의 가난함은 외적인 가난이 아니라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란 걸 깨닫게 됐다.

또한 그는 항상 내성적이고 무대 울렁증, 카메라 공포증이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알고 보니 무대 체질이고 카메라를 너무 좋아하는 홍성남이 마음 저 밑에 있었다. 작년 말부터는 혼자 카메라 틀어놓고 유튜브 녹화를 할 정도다. 인생 모토는 '더 많이, 더 높이, 너 낫게'로 바뀌었다. 물론 영적으로 '많이, 높이'다.

책에는 이런 시행착오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마음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길거리 쓰레기만도 못한 인생을 살고 있었을 것.
' '술 취하면 저도 주님 앞에 가서 주정 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홍 신부가 전하는 메시지는 '영성 생활은 영혼의 자유로움을 얻기 위한 삶'이란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웃고 살라고 권한다. 자유로우려면 솔직해야 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야 한다. '퍼주기'도 자제하라고 한다.
자꾸 퍼주다 보면 내 마음이 고갈되고 피해 의식, 억울한 마음, 분노가 쌓이다가 마지막엔 '가짜 평화'만 남는다.

그는 "나의 삶을 개선할 사람은 나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 애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자신 혹은 남이 정해둔 선(線)에서 굴러떨어졌다고 낙담하지 말라"고 권하고,
"기도 모임 다녀와서 새롭게 태어났다는 사람들 대부분 6개월을 못 간다"며 "자기 변화를 너무 믿지 말라.
때로는 결심이 사흘도 못 간다"고 위로한다.
"누구나 잘못된 일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항상 깨어 기도하라고 하셨던 겁니다."

그는 특히 '종교 사기꾼'을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신자들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는커녕 덧나게 하는 사람,
하느님의 뜻 혹은 영성을 운운하며 신자들을 심리적으로 학대하는 사람,
교세(敎勢) 감소에 대해 신자와 세상의 물질주의 탓을 하는 사람,
신자를 사목(司牧)이 아니라 사육(飼育)하는 사람들이 홍 신부가 분류한 사기꾼 계열이다.

그는 종교기관은 '동네 병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아무 때나 쉽게 들러서 고민을 털어놓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10배는 더 힘듭니다.
듣는 게 일인 저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이 두 분 계십니다.
스트레스 쌓이고 고민이 있을 땐 털어놔야 합니다. 털어놓으며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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