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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유 愛 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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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짜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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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물건이건 사회적 지위이건 일단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나면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성향이 있다. 1980년 미국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명명했다. 세일러는 한 병에 5달러 주고 구매한 포도주가 50달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팔려고 하지 않는 심리 상태를 보유효과의 예로 들었다.

1984년 보유효과의 존재는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실험 참가자를 3개 집단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커피 머그(원통형 찻잔)를 주고 초콜릿과 교환하게 했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첫 번째 집단과 거꾸로 초콜릿을 주면서 머그와 교환할 기회를 부여했다. 세 번째 집단은 머그와 초콜릿 중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고르도록 했다. 실험 결과 첫 번째 집단의 89%는 머그를 초콜릿과 교환하지 않았다. 두 번째 집단에서는 90%가 초콜릿을 머그와 바꾸지 않았다. 초콜릿보다 머그를 선택한 비율은 10%인 셈이다. 두 집단에서 머그를 선호하는 비율이 89%와 10%로 큰 격차를 나타낸 것은 보유효과가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집단은 거의 50%의 비율로 머그와 초콜릿을 선택하여 보유효과가 없는 상태에서는 물건에 대한 평가에 치우침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보유효과는 아끼는 물건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단지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심리상태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브라이언 넛슨은 '뉴런(Neuron)' 6월 12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뇌 안에 손실을 회피하려는 부위가 존재하여 보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넛슨은 24명의 남녀 뇌에서 전두엽에 자리 잡은 측위신경핵(nucleus accumbens) 등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들여다보는 실험을 실시하여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보유효과의 핵심 요인임을 밝혀낸 것이다.

보유효과는 인류와 조상이 같은 영장류에서도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2008년 미국 밴더빌트대 법률학자 오언 존스와 조지아주립대 영장류 동물학자 사라 브로스넌은 '윌리엄과 메리 법률 개관(William and Mary Law Review)' 6월호에 침팬지에서 보유효과가 관찰되었다는 논문을 실었다. 침팬지에게 땅콩버터와 주스를 제시하고 양자택일하게 했을 때 60%는 주스보다 땅콩버터를 골랐다. 그러나 땅콩버터를 갖도록 했을 때에는 80%가 주스와 교환하지 않고 그대로 소유했다. 요컨대 땅콩버터 선호 비율이 20% 높아진 것은 땅콩버터를 소유하게 된 순간 더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침팬지에게도 보유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보유효과가 먼 옛날부터 진화된 속성이라면 신고전파 경제학의 기본 전제와 배치된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우리 모두가 호모 에코노미쿠스, 곧 경제적 인간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경제적 인간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존재이다. 하지만 보유효과는 인간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뜻이므로 경제적 인간 개념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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