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공지사항

  • 이기적 행동과 페어플레이 사이
  •  관리자
  • 날짜  2022.05.23
  • 조회수  47

플라톤은 대표작인 ‘국가’에서 이상국가를 세우는 문제를 논의하면서, 정의로운 국가에 지혜, 용기, 절제가 있는 것처럼 정의로운 개인의 혼 속에는 이성, 격정, 욕구의 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세 부분이 서로 화목하고 조화를 이룰 때 올바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뇌(腦)의 어느 부위에서 정의로운 마음이 솟아나는 걸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수많은 상황은 이기적 행동과 페어플레이(공명정대한 행동)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한다. 인간은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동물)이므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돕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이타적 행동은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을 전제하는 진화론에서 볼 때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기적 개체로부터 이타적 행동이 출현하는 이유를 밝히려는 이론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생물의 이타적 행동을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한 것으로는 상호 이타주의 이론이 꼽힌다. 상호 이타주의의 기본은 “네가 나의 등을 긁어주면 내가 너의 등을 긁어준다”는 식의 호혜적(互惠的) 행동이다. 거래, 계약, 교환, 분업, 양보, 신뢰, 빚, 의무, 우정, 선물, 은혜 등등. 우리가 살아가며 무수히 듣는 이 낱말들 속에는 호혜주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인간은 상호 이타주의에 익숙한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타고난 장사꾼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이런 호혜주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타적 행동이 수두룩하다. 텔레비전에 병든 아이들의 딱한 사정이 소개되면 성금을 내는 통화량이 급증한다. 지하철 입구에서 헌혈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생물학자들이 이러한 행동을 설명하지 못함에 따라 실험경제학자들이 나섰다. 그들은 ‘최종 제안 게임’(ultimatum game)을 고안했다. 이 게임은 서로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을 격리시켜 놓고 시작된다. 먼저 갑에게 가령 100만 원을 주고 생면부지인 을에게 일부를 나눠주도록 요구한다. 을은 갑이 제안하는 액수가 만족스러우면 수락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을이 갑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갑과 을 모두 한 푼도 챙길 수 없다. 당신이 갑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능하다면 90만원을 갖고 10만원만 을에게 주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을이 10만원이 너무 적다고 거절하면 당신은 90만원은커녕 단 1원도 챙길 수 없다. 한편 을의 입장에서도 갑의 제안을 거절하면 단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따라서 갑은 자신의 몫을 최대한 늘리면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묘안을 궁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험경제학자들은 갑이 을에게 제공한 몫이 22~58%을 밝혀냈다. 간혹 50% 이상의 제안에 대해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을이 갑의 제안을 수락 또는 거절하는 이유가 개인적 이해타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왜냐하면 ‘공평성’(fairness)이 거래를 성사시키는 중요한 판단 기준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공평하게 행동하지 않는 이른바 불로소득자는 철저히 응징하지만, 페어플레이를 하는 상대에게는 기꺼이 자신의 것을 희생하는 성향을 타고 났다는 뜻이다. 요컨대 인간은 이기적인 측면이 강함과 동시에 더불어 살 줄 아는 지혜를 가진 동물인 것이다.

  • 첨부파일